나는 교회 다닌 지는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이라고 할 수 있지만, 2018년도 늦봄에 ‘예수님을 만난’ 사람이 되었고 이를 기독교에서는 거듭남이라고 표현하는 것 같다.
최근에 ‘성적을 부탁해 티처스’라는 TV 프로그램을 재미로 보면서, 어떤 중/고교생과 ‘이기적 유전자’라는 진화생물학자이자 무신론자인 리처드 도킨스의 저서가 언급되는 걸 보며 진화론과 내 신앙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는 고2-3 시절에 저 책에 대해 알게 되었고 나에게도 그때 상당한 영향을 끼쳤었던 책이다.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발전시켜서 유전자 단위에서 동물의 행동을 진화론적으로 분석 및 해설하던 것으로 기억난다.
나는 진화론이 일반적으로 그리고 대중적으로 어디까지 받아들여지나 궁금해졌다. 그러고는 과학에서 사실로 인정받는 ‘법칙’ 그리고 ‘~론’, ‘~설’, ‘가설’ 등의 용어 정의와 관계를 구글에서 검색해보았다. 그러다 클리앙이라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한 게시물을 보게 된다. 공신력 있는 자료는 아닐지 몰라도 내 호기심을 채워주기에는 적합했던 것 같다. ‘~론’이라는 것은 이미 보편적 사실로 인정되는 수준에 매우 가깝다고 그 게시물에는 쓰여 있었다. 나는 혼란이 왔었다. 교회에서는 진화론을 부정하는데 진화론이 대다수 사람이 받아들이는 사실이고 ‘나 혼자 착각을 하는 것인가’ 그리고 ‘예배나 헌금 같은 행위도 실재하지 않는 인격자를 위해 내가 어리석고 허무한 행동을 하는 것일까’라는 생각까지 들게 되었다. 내가 해결할 수 없는 고민 같아서 머릿속 한 편에 이러한 의문을 접어 미루어 두었었다.
그러다가 어제저녁 도서관에 갔다가 우연히 반납된 도서 중 ‘리처드 도킨스, C.S.루이스 그리고 삶의 의미’라는 알리스터 맥그래스 저자의 책을 발견하였다. 이거다 싶어서 집에 와서 끝까지 읽어봤으나 명쾌한 결론이나 내 고민에 대한 해소를 얻지는 못했다. 기억나는 내용은 무신론이건 유신론이건 증명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도킨스의 급진적 무신론도 합리적인 근거로 증명될 수는 없다는 식의 내용도 기억난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으로 삶의 의미를 찾는 여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면서 이 책은 끝이 난다.
책의 저자 알리스터 맥그래스 그리고 C.S.루이스 같은 경우도 인생 초반에는 무신론자였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이 책에서 다양한 책과 자료 그리고 학자들이 풍성하게 언급되는 건 나는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더 조사해보고 읽을거리를 주기 때문이다. 특히 나는 도킨스에 대해서는 비교적 익숙했지만, C.S.루이스에 대해서는 읽는 내내 많이 생소했다. C.S.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라도 언제 시간 내서 읽어봐야겠다.
나는 고2-3 때 삶의 의미를 진화론에서 찾았었다. 생물이 생존해서 번식 즉 자손을 남기는 것이고 내 의식과 무의식도 유전자에 의해 그것에 유리한 쪽으로 흘러가도록 설계되어 있어서 그 방향으로 살게 된다고 결론지었다. 거듭난 이후로는 ‘웨스트민스터 소요리 문답’ 첫 항목에서 삶의 의미를 찾았고 지금도 이것이 ‘삶의 의미’에 대한 나의 답이다.
"사람의 제일되는 목적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것과 영원토록 그를 즐거워하는 것이다."
(웨스트민스터 소요리 문답 제 1부 1문)